* 이세돌 1국 승리할 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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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세돌의 기분 좋은 1승 소식을 라이브로 보며 흥겨워하던 때,
1 이세돌 기자회견 사진 (경향신문) / 참 사진 잘 찍었다. 약간은 쑥쓰러워하는 알파고 사범님의 표정까지...
기자회견장에서 일본 기자가 했던 날카로운 질문이 놀라웠다.
인공지능이 가진 실수(약점)가 만약 의학 등등에 적용 되었을 때 인간에게 그 실수가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을지,하는 정도의 질문.
대답도 훌륭했다.
바둑은 '예술' 분야이고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과는 분야가 다르며 아주 엄격할 것이라는 것, 정도의 대답이었다.
재밌는 사실은 알파고는 매 착수마다 이길 확률을 표시하는데 70 몇수에서는 이길 확률이 무려 70%대였다가
이세돌 신의 한수라고 불리는 78수에서는 확률이 50%로 떨어졌다던가?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충분히 학습된 인공지능이 생명이 위독한 사람을 수술한다고 해보자.
알파고처럼 훌륭히 해내다가 한 두번의 실수로 사람이 죽었다고 하면, 과연 그것이 그렇게 불안정한 것일까?
위험한 수술을 사람이 했을 때보다는 살릴 확률이 더 높은 인공지능인데?
만약 내가 그런 경우에 처한다면 수억만건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실수할 확률이 아주 낮은 인공지능에게 수술을 맡기겠다.
이것이 인공지능이 나아가야할 방향이 아닐까?
인류가 인류를 위해 공헌하라고 만들었으니 말이다.
인공지능의 반란 같은 것은 조금 더 논외로 하자.
인간에게 이익이 되게끔 만든 인공지능이니 어서 빨리 발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실수를 줄여 인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이러이러한 시장경제를 8경 5조 2천만번의 경우의 수로 인류의 발전속도를 20만배 빨리 해서 시뮬레이션 해 본 결과,
이러이러한 문제를 가져 왔습니다. 그러니 6경 8조 6천만번의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나온 다른 경제체제의 우수한 점을 접목시켜 보세요.
물론 전 이 역시 12경 6조와 2,300년의 인간 시간으로 적용해 시뮬레이션 해 봤으며 결과는 완벽했습니다.
기존 엔진의 단점을 요렇게 고쳐봤어요. 함 해보삼~
암의 발생과 전이에 대해 충분히 학습 시키고 인간에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암과 진행 경과, 결과를 학습 시키면
어쩌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암을 정복할 힌트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더 빠른 시간 안에 더 많은 양의 데이터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으니 참 다행한 일이 아닌가?
이 모든 '발전'의 기저에는 '학습-딥러닝'이 있다고 한다.
인간이 말을 배우는 방법은 mother-tongue을 통해 자연 학습으로 습득한다.
엄마의 말을 통해 말을 배우는 것이다.
고작 2,3년이면 엄마 아빠를, 시간이 더 지나면 감정 표현까지 가능해진다.
그것도 네이티브 스피킹으로.
물론 언어 학습 방식의 하나인 '자연 학습'에는 합리적인 요소가 완전히 빠져 있다.
예를 들어 '엄마' 밖에 못하는 아이에게 '튀김 온도는 180도가 적당해' 같은 말은 전달되지도 학습되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런 비 합리적인 요소를 빼고 가장 능률적인 언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바로 '학습법'이란 것이다.
영어를 가장 빨리 배우는 방법이 개발되고, 중국어를, 일어를...
물론 학습법 만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데 컴퓨터에게 언어를 가르친다고 해보자.
이전의 방식은 apple은 '사과'라고 번역하도록 입력했지만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학습하는 '딥러닝'의 경우엔 그렇게 정답을 따로 입력할 필요가 없다.
기초 자료를 충분히 주고 스스로 학습하도록 한다면 비합리적인 요소는 스스로 걸러낼 것이며
마더텅보다 언어 습득 시간도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이 여기까지 가는데 아직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인공지능이 그 수준에 이른다면 인류에게 있어 다시 한 번 획기적인 발전의 계기를 맞게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고작 몇 천년 동안 만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도 수억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훨씬 빠른 속도로 훨씬 많은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있다면 인류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더 나은 세상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더하기 빼기 밖에 못하던 컴퓨터가 드디어 '개'와 '고양이'를 분류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전 방식은 개는 요렇게 요렇게 생겼고 고양이는 요렇게 요렇게 생겼다고 미리 '정답'을 입력해 가장 가까운 것을 찾도록 했다면,
이제는 스스로 학습하도록 자료만 던져주면 제가 알아서 개와 고양이를 구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블럭깨기'라는 게임을 인공지능 앞에 던져주기만 했는데,
처음엔 게임인 줄도 모르고 죽기만 하다가 이내 죽지 않는 법을 깨달았고 드디어 블럭을 깨기 시작했으며
종국에는 블럭에 터널을 뚫으면 더 많은 점수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신나게 터널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영상도 있다.
이 정도면 인공지능은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게 틀림 없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돌아가보자.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 분야에 훌륭한 인공지능이 사용되는 세상을 그려볼 수 있다면
인간의 사상도 판단하는 세상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요런요런 말과 행동을 하며 페북에 요런 글을 올리는 사람은 현 체제에 반대할 확률이 72퍼센트이니
지금 처리하지 않으면 사회체제에 위험합니다. 그러니 지금 구금하십시오,라고 판단을 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섬뜩하다.
그러니까 인공지능 따위에 인간의 예술, 사상, 철학 등등 '감성'이 필요한 부분은 맡기지 않았으면 좋겠....
하다가 생각해보니,
인공지능 없이도 인간은 지금도 충분히 열 댓명의 높은 사람들이 모여 개개인의 사상을 판단하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잘못된 사회체제를 비난하는 사람이 있으면 감옥에 넣고 구금하고, 활동을 제한하고 개인정보를 감시하는 세상 아닌가?
특히 너네 나라 대한민국 말이다.
특히 박정히 시대, 다방에서 대통령 욕하면 어느 순간 사라진다는 소문이 떠돌던...
아,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구나...
'인공지능'보다 '인간 지능'이 더 무서운 이런 나라 따위가
감히 알파고의 학습 능력이 뭔지도 모를 것이고 필요도 없을까봐 두렵다.
'우린 인공지능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충분히 해왔고 놀랍게도 성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 나라에 인공지능은 필요 없습니다.
거기다 언론을 완벽히 통제하기 때문에 그런 사실을 일반 시민들은 알 수도 없죠.'
그래서 일베가 창궐하고 개개인의 꿈보다 나만의 성공이 우선인 시대가 되었다.
난 알파고가 더 많은 공부를 해 이 나라의 비합리적이고 나쁜 요소들을 고쳐주면 좋겠다.
그래서 이세돌과의 남은 대국에서도 꼭 알파고가 져서 한 번 더 업그레이드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우주의 원자수보다도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진 '바둑'이 정복된다면,
인공지능 학습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이고,
그럼 이 나라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지 않을까?